도쿄 한적한 동네, 관광지를 다 본 사람의 다음 목록
인파를 피하고 싶을 때 걷는 도쿄 한적한 동네. 야네센 옛 골목부터 가구라자카, 시모키타자와, 고엔지, 스가모, 고토쿠지, 23구 유일의 도도로키 계곡까지
도쿄 한적한 동네, 관광지를 다 본 사람의 다음 목록
센소지와 시부야를 이미 봤다면, 다음 도쿄는 목록이 아니라 걷는 하루입니다. 인파를 피해 걷기 좋은 도쿄의 한적한 동네는 몇 군데로 추려집니다. 북쪽의 야네센과 스가모, 가운데의 가구라자카, 서쪽의 시모키타자와와 고엔지, 그리고 세타가야구의 고토쿠지와 도도로키 계곡. 다만 이곳들은 관광지가 아니라 누군가의 생활권이라, 어떻게 걷느냐가 어디를 걷느냐만큼 중요합니다.
인파를 벗어나 걷는 도쿄 한적한 동네
도쿄를 처음 왔을 때의 목록과, 다시 왔을 때의 목록은 다릅니다. 두 번째 도쿄는 이름난 명소를 채우는 여행이 아니라, 한 동네를 골라 반나절을 걷는 여행에 가깝습니다. 여기 묶은 동네들은 성격이 제각각입니다. 전쟁과 지진을 비껴가 옛 골격이 남은 골목, 게이샤 거리의 돌바닥, 빈티지와 소극장의 밀도, 노년층의 상권, 23구 안에 하나뿐인 계곡. 공통점은 딱 하나, 전부 누군가가 실제로 사는 동네라는 것입니다. 그래서 로컬 산책에서는 태도가 곧 정보입니다. 목소리를 낮추고, 남의 가게 안을 함부로 찍지 않고, 생활 동선을 막지 않는 것. 이 세 가지가 이 동네들을 제대로 걷는 첫 조건입니다.
야네센, 전쟁과 지진을 비껴간 골목
야네센은 다이토구와 분쿄구에 걸친 야나카, 네즈, 센다기 세 동네를 묶어 부르는 이름입니다(谷根千). 이 일대는 전쟁과 지진의 큰 피해를 면했습니다. 그 덕에 옛 시타마치의 골격이 그대로 남았습니다. 걷기의 중심은 야나카 긴자입니다. JR 닛포리역에서 내려가면 등불이 걸린 약 170m 구간에 예순 곳가량의 점포가 이어집니다. 이른 아침에는 문을 열지 않으니 늦은 오후가 맞습니다. 여기서 조금 걸어 분쿄구 네즈로 넘어가면 네즈 신사가 나옵니다. 도쿄메트로 지요다선 네즈역에서 가깝고, 경내에 붉은 도리이가 이어지는 터널형 참도가 있습니다. 언덕 정원에는 3,000그루가 넘는 철쭉이 심겨 있어, 봄 철쭉 축제 무렵이 가장 볼 만합니다. 다만 축제 주말은 붐비니 평일 오전이 낫습니다. 야나카 긴자의 좁은 골목은 주민 생활권과 겹치므로, 가게 안을 찍을 때는 먼저 허락을 구합니다.
가구라자카, 돌바닥과 료테이가 남은 언덕
가구라자카는 신주쿠구에 있는 언덕 동네입니다. 도쿄에 몇 남지 않은 하나마치(게이샤 거리)의 성격이 아직 남아 있고, 지금도 서른 명가량의 게이샤가 활동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큰길에서 한 겹 안으로 들어가면 가쿠렌보 요코초나 효고 요코초 같은 돌바닥 골목이 나오고, 검은 판벽을 두른 료테이가 그 사이에 서 있습니다. 언덕 위 젠코쿠지는 1595년 창건된 니치렌종 사찰로, 비샤몬텐을 모십니다. 프랑스 학교와 프랑스 문화원의 영향으로 프랑스계 커뮤니티가 자리 잡아 '작은 파리'라는 별명도 붙었습니다. 가는 시간은 해 질 무렵이 좋습니다. 골목마다 등이 켜지면서 낮과 다른 얼굴이 됩니다. 한 가지만 짚자면, 골목의 료테이는 예약제 고급 음식점이라 문을 밀고 들어가는 곳이 아닙니다. 도쿄메트로 도자이선 가구라자카역이나 JR 이다바시역에서 걸어 올라갑니다.
시모키타자와, 빈티지와 소극장의 밀도
시모키타자와는 세타가야구에 있고, 오다큐선과 게이오 이노카시라선 시모키타자와역에서 바로 내립니다. 좁은 골목에 빈티지 의류점과 독립 부티크, 음반점, 카페가 촘촘히 붙어 있습니다. 목적지 하나를 정하고 가기보다, 골목을 헤매는 재미로 걷는 동네입니다. 소극장 연극이 활발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습니다. 빈티지숍은 대체로 늦게 여니, 오전보다 오후에 가야 셔터 대신 옷걸이를 봅니다. 여기도 명소를 찍는 곳이 아니라 사람이 사는 동네입니다. 정해둔 가게를 좇기보다 발길 닿는 대로 도는 편이 이 동네의 결에 맞습니다.
고엔지, 시모키타자와보다 한 칸 더 안쪽
시모키타자와가 이미 붐빈다고 느낀다면, 스기나미구의 고엔지가 그 대안입니다. 관광객이 시모키타자와보다 적은 동네로 소개되고, 소규모 음악 공연장과 중고 의류점이 특히 많습니다. JR 주오선과 소부선 고엔지역에서 내립니다. 이자카야가 살아나는 저녁이 가장 이 동네다운 시간입니다. 한 해에 한 번, 8월 말에는 고엔지 아와오도리가 열립니다. 참가 무용단 규모가 1만 2천 명 수준으로 집계되는, 도쿄를 대표하는 여름 거리 축제 중 하나입니다. 축제 날짜는 해마다 달라지니, 이 시기를 노린다면 그해 일정을 따로 확인해야 합니다.
스가모 지조도리, 하라주쿠의 반대말
스가모 지조도리는 도시마구 스가모에 있는 약 800m 길이의 상점가로, 1903년에 형성됐습니다. '할머니들의 하라주쿠'라는 별칭으로 불립니다. 이름 그대로 젊은 세대가 아니라 노년층의 생활 상권이고, 그 맥락을 빼고 보면 밋밋한 거리로만 보입니다. 상점가 한복판에는 고간지가 있습니다. 1596년 창건되어 1891년 지금 자리로 옮겨 온 절로, 본존인 엔메이 지조 보살은 '도게누키', 곧 가시를 빼 준다는 이름으로 통합니다. 바늘을 삼킨 하녀가 지조의 모습이 새겨진 종이를 삼켰다가 뱉어냈다는 설화에서 온 이름입니다. 경내의 아라이 관음상에는 물을 끼얹고 그 부위를 자기 몸에 대는 참배 방식이 있어서, 나이 든 참배객이 줄을 서서 자기 아픈 곳을 씻어 냅니다. JR 야마노테선이나 도에이 미타선 스가모역에서 갑니다. 평일 낮이 무난합니다.
고토쿠지, 고양이가 무리 지어 앉은 절
고토쿠지는 세타가야구에 있는 절로, 복을 부르는 고양이 마네키네코의 발상지로 알려져 있습니다. 전승에 따르면 17세기 초 히코네 번주 이이 나오타카가 소나기를 만났을 때, 절의 고양이가 그를 안으로 불러들여 비를 피하게 했다는 이야기가 기원입니다. 그래서 경내에는 참배객이 봉납한 마네키네코 인형이 크고 작게 무리 지어 놓여 있습니다. 사진으로 익히 알려진 풍경이지만, 사람이 몰리면 그 무리를 제대로 보기 어렵습니다. 오전 이른 시간이 답입니다. 오다큐선 고토쿠지역이나 도큐 세타가야선 미야노사카역에서 갑니다. 관광 시설이 아니라 지금도 예불이 오가는 현역 사찰이니, 조용히 걷습니다.
도도로키 계곡, 23구 안의 유일한 계곡
도도로키 계곡은 세타가야구에 있는, 도쿄 23구 안에서 유일한 계곡입니다. 무사시노 대지 남쪽 끝을 야자와강이 깎아 만든 약 1km 길이의 물길로, 도큐 오이마치선 도도로키역에서 바로 내려갑니다. 계곡 안은 지상보다 기온이 낮아, 한여름에 가장 값어치가 납니다. 봄 벚꽃과 가을 단풍도 볼 만합니다. 이름은 후도 폭포 소리가 계곡에 울렸다는 데서 왔다고 전해지고, 1999년에는 도도로키 후도손 경내를 포함한 계곡 전역이 도쿄도 명승으로 지정됐습니다.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이 산책로는 안전 공사로 오래 닫혀 있던 이력이 있습니다. 지금 걸을 수 있는지는 방문 전에 확인하고 나서는 편이 안전합니다.
동네 산책 하루를 시간대로 묶는 법
이 동네들을 하루에 다 넣겠다는 계획은 대개 실패합니다. 야네센과 스가모는 북쪽, 가구라자카는 가운데, 시모키타자와와 고엔지는 서쪽, 고토쿠지와 도도로키 계곡은 더 아래 세타가야로 방향이 흩어져 있어서, 무리하게 엮으면 지하철에서 하루가 녹습니다. 살아나는 시간대도 저마다 다릅니다. 야나카 긴자와 시모키타자와는 오후, 가구라자카와 고엔지는 저녁, 고토쿠지는 오전입니다. 그래서 방향과 시간대가 맞는 두세 곳을 골라 한 덩어리로 묶는 편이 현실적입니다.
Trip Pagoda는 그 묶는 일을 대신합니다. 걷고 싶은 동네를 저장해 My Trip에 넣으면, 야나카 긴자는 오후, 가구라자카는 저녁, 고토쿠지는 오전처럼 각 동네가 살아나는 시간을 따져 방향이 맞는 곳끼리 하루로 묶고, 예상 예산과 비 오는 날 대체 코스까지 계산합니다. 유명한 목록에서 한발 물러나 조용한 하루를 짜고 싶다면 로컬 모드로 시작해도 되고, 어떤 동네가 있는지부터 훑고 싶다면 도쿄의 장소 목록을 먼저 열어 봐도 됩니다. 서로 어긋난 이 동네들의 시간표 위에 하루를 얹어, 헛걸음 없이 조용한 반나절을 건지게 해 주는 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