삿포로 여행 시기, 계절마다 갈리는 것들
삿포로 여행 시기는 무엇을 보러 가느냐로 갈립니다. 눈은 12월 하순부터 3월 초, 벚꽃은 4월 말에서 5월 초, 단풍은 10월 중순부터입니다.
삿포로 여행 시기, 계절마다 갈리는 것들
삿포로 여행 시기는 무엇을 보러 가느냐로 갈립니다. 눈이 목적이면 12월 하순부터 3월 초, 벚꽃이면 4월 말에서 5월 초, 단풍이면 10월 중순부터 11월 초입니다. 겨울 도시라는 인상이 워낙 강하지만, 나머지 세 계절에도 삿포로로 갈 이유는 저마다 분명합니다. 계절이 바뀌면 손에 쥐는 것도, 포기하는 것도 함께 바뀝니다.
눈이 목적이라면 12월 하순부터 3월 초
겨울은 삿포로가 가장 널리 알려진 얼굴입니다. 눈은 대체로 12월 하순에 자리를 잡아 3월 초까지 이어집니다. 연간 적설량은 5미터 안팎으로 보고되는데, 자료에 따라 4.8미터에서 6미터 사이로 편차가 있습니다. 인구 백만 명대 도시 가운데 이만큼 눈이 쌓이는 곳은 세계적으로 드뭅니다.
대신 해가 짧습니다. 오후 늦으면 벌써 어둑해지니, 야외 명소는 오전과 이른 오후에 몰고 야경과 실내는 늦은 오후 뒤로 미루는 게 합리적입니다. 눈이 목적이라면 축제까지 겹쳐 잡는 편이 이득입니다. 삿포로 눈축제는 매년 2월 초에 7일간 열리고, 이 기간 오도리 공원은 설상 조각으로 가득 찹니다. 문제는 이 일주일입니다. 시내 숙소가 가장 먼저 마감되고 값도 크게 뜁니다. 눈축제에 맞춰 간다면 항공권보다 숙소를 먼저 잡아야 합니다.
축제 기간이 아니어도 겨울밤은 환합니다. 11월 하순부터 3월 중순까지 오도리 공원 일대에 화이트 일루미네이션이 켜집니다. 공원 동쪽 끝 삿포로 TV 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그 불빛과 공원의 직선 축이 한 프레임에 들어옵니다.
봄, 혼슈에서 벚꽃을 놓쳤다면 삿포로가 남아 있다
홋카이도의 벚꽃은 혼슈보다 늦게 핍니다. 도쿄와 교토에서 벚꽃이 다 지고 난 뒤에야 삿포로가 4월 말에서 5월 초에 절정에 듭니다. 본토에서 벚꽃 철을 놓친 사람에게 삿포로는 한 번 더 주어지는 기회인 셈입니다. 삿포로 봄이 여행지로 팔리는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절정 폭은 넉넉히 잡아 4월 하순에서 5월 중순입니다. 그해 기온에 따라 며칠씩 당겨지거나 밀리니, 날짜를 못 박기보다 이 구간 안에서 유연하게 잡는 편이 낫습니다.
벚꽃 축은 마루야마 공원과 홋카이도 신궁
삿포로에서 벚꽃을 보러 간다면 마루야마 일대가 먼저입니다. 마루야마 공원은 주오구 서쪽, 지하철 도자이선 마루야마코엔역에서 닿습니다. 에조야마자쿠라와 소메이요시노를 포함해 약 150그루의 벚나무가 있고, 바로 붙은 홋카이도 신궁 경내까지 더하면 규모가 훌쩍 커집니다.
홋카이도 신궁은 1869년 메이지 천황의 명으로 개척의 수호신을 모신 데서 출발한 신사입니다. 벚꽃철에도 이른 아침이 가장 조용합니다. 경내는 참배 공간이니 꽃을 즐기더라도 예의를 지키는 선에서 움직이는 게 좋습니다. 단점도 솔직히 말하면, 주말 낮에는 자리 잡기가 어렵고 마루야마 뒤편 등산로는 곰 출몰 주의보가 걸리는 시기가 있어 현지 공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남쪽으로는 나카지마 공원이 또 다른 선택지입니다. 스스키노에서 걸어갈 수 있는 도심 대형 공원으로, 봄에는 벚꽃, 가을에는 단풍으로 이름났습니다. 붐비는 게 싫다면 여기도 답은 아침 일찍입니다.
여름, 홋카이도에는 장마가 없다
여름에 삿포로에 가도 되느냐고요. 오히려 여름이 삿포로의 숨은 강점입니다. 홋카이도에는 혼슈식 장마가 사실상 없습니다. 장마 전선이 홋카이도에 닿기 전에 소멸하기 때문입니다. 7월과 8월에도 습도가 낮고 기온이 온화해, 일본 안에서는 피서지로 통합니다.
여름의 무대도 결국 오도리 공원입니다. 여름 축제 기간이면 5초메에서 11초메까지 대형 비어가든이 길게 늘어섭니다. 한여름의 맥주에 앞서, 초여름의 이 공원도 이미 붐빕니다. 5월 하순에는 1959년에 시작된 라일락 축제가, 6월 초에는 요사코이 소란 축제가 열립니다. 벚꽃이 진 뒤부터 맥주가 나오기까지, 그 사이를 두 축제가 메웁니다.
가을, 단풍은 10월 중순부터 시내로 내려온다
가을은 조용히 저평가된 계절입니다. 삿포로 시내 단풍은 대체로 10월 중순에서 하순에 절정을 맞습니다. 9월이면 오도리 공원에서 오텀 페스트가 열려, 여름 비어가든이 물러난 자리를 먹거리 장터가 채웁니다.
시내에서 가을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곳은 홋카이도대학 캠퍼스입니다. 기타 13조도리를 따라 약 380미터 구간에 은행나무 약 70그루가 늘어선 은행나무길이 대체로 10월 하순부터 노랗게 물듭니다. 2012년부터는 학생들이 단풍 절정 무렵에 곤요사이라는 행사를 엽니다. 대체로 10월 마지막 주말이고, 저녁이면 가로수길에 조명이 들어옵니다. 다만 이곳은 엄연히 운영 중인 대학입니다. 연구와 수업 공간이니 통행 제한 구역과 정숙 요청을 따라야 합니다. 은행나무길만 노린다면 지하철 난보쿠선 기타 12조역이 삿포로역보다 가깝습니다.
같은 시기 모에레누마 공원은 또 다른 가을을 내놓습니다. 조각가 이사무 노구치가 밑그림을 그린 대형 공원으로, 물든 나무와 억새가 인공산과 유리 피라미드의 기하학적 윤곽을 부드럽게 감쌉니다. 해가 낮게 깔리는 늦은 오후에 그 선이 가장 또렷합니다. 도심에서 멀어 반나절은 잡아야 합니다.
근교 단풍은 조잔케이와 호헤이쿄 댐이 시내보다 이르다
시내 단풍이 아쉽다면 계곡이 먼저입니다. 조잔케이 온천은 도요히라강 상류 계곡의 온천 마을로, 단풍 절정이 대체로 10월 중순이라 시내보다 한 발 이릅니다. 시내가 물들기 전에 붉은 계곡을 먼저 보고 싶은 사람에게 이 며칠의 시차가 조잔케이를 가을의 첫 목적지로 만듭니다. 가을이 최고점이지만, 겨울 설경 속 노천탕도 이 마을을 찾는 강한 이유입니다.
조잔케이 안쪽의 호헤이쿄 댐은 댐호와 절벽, 단풍이 어우러진 경관으로 댐호 100선에 드는데, 진가가 나오는 건 사실상 10월 중순 단풍철 한때뿐입니다. 그 시기를 벗어나면 우선순위가 확 내려갑니다. 조잔케이 온천과 한 코스로 묶어 반나절에서 하루를 잡으면 시내보다 이른 계곡 단풍을 몰아서 볼 수 있습니다.
삿포로 여행 시기를 정하면 화제인 장소도 바뀐다
같은 삿포로라도 2월의 오도리 공원과 5월의 마루야마, 10월의 홋카이도대학은 사실상 다른 도시입니다. 출발 시기를 정하는 일이 곧 무엇을 볼지 정하는 일인 셈입니다. 그래서 지금 화제인 장소 목록도 계절이 바뀔 때마다 함께 바뀝니다. 눈축제 철에는 오도리 공원과 밤의 스스키노가, 벚꽃 철에는 마루야마 일대가 위로 올라오는 식입니다.
아직 언제 갈지 저울질하는 단계라면 어디로 갈까 결정 도구로 계절별 트레이드오프를 견줘 볼 수 있습니다. 시기를 정한 뒤에는, 저장해 둔 장소를 날짜별 동선과 시간대로 자동 배치하는 My Trip이 그다음 일을 덜어 줍니다. 벚꽃철 아침의 마루야마와 저녁의 나카지마를 하루에 어떻게 이어붙일지, 비가 오면 무엇으로 바꿀지까지 계산해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