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비 오는 날, 도시가 통째로 실내가 되는 곳들
오사카는 상점가 대부분이 아케이드고 미술관 하나는 완전히 지하에 있습니다. 텐진바시스지부터 나카노시마 지하 미술관, 가이유칸까지 젖지 않는 코스로 묶었습니다.
오사카 비 오는 날, 도시가 통째로 실내가 되는 곳들
오사카 비 오는 날 갈만한 곳이라면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됩니다. 주요 상점가 대부분이 지붕 덮인 아케이드고, 대표 미술관 한 곳은 완전히 지하에 있습니다. 비는 여기서 망한 하루가 아닙니다. 흩어진 실내 장소를 하나의 동선으로 모으라는 신호에 가깝습니다.
오사카는 비 오는 날에 강한 도시다
오사카의 주요 상점가는 대부분 지붕이 덮인 아케이드입니다. 일본에서 가장 긴 상점가로 소개되는 텐진바시스지는 약 2.6킬로미터가 통째로 지붕 아래에 있고, 신사이바시스지도 전 구간이 아케이드고, 닛폰바시 덴덴타운도 아케이드 상권으로 통합니다. 여기에 나카노시마의 국립국제미술관처럼 아예 완전히 지하에 지어진 시설까지 더하면, 비 오는 날 도시 자체가 실내로 바뀐다는 말이 과장은 아닙니다.
물론 대가는 있습니다. 비를 피하려는 사람이 한꺼번에 실내로 몰리니, 인기 아케이드와 수족관은 평소보다 붐빕니다. 어디로 피하느냐만큼 언제 들어가느냐가 관건입니다. 실내 후보를 먼저 넓게 훑고 싶다면 오사카의 장소 목록에서 미술관과 상점가를 살펴 두면 됩니다.
텐진바시스지에서 하루를 통째로 보내는 법
종일 비 예보라면 텐진바시스지 상점가부터 잡는 게 안전합니다. 기타구에 걸친 이 아케이드는 끝에서 끝까지 걸으면 약 40분, 그 사이에 점포가 약 800곳 늘어서 있습니다. 오래된 식당과 반찬가게, 칼 전문점, 1868년 문을 연 차 가게, 두부집, 고로케 가게, 도자기와 기모노 가게가 뒤섞여 관광지 아케이드와는 결이 다릅니다. 에도 시대 오사카 텐만구의 문전 마을에서 시작해 메이지 시대에 지금의 상점가 형태로 자리를 잡았습니다. 남단은 미나미모리마치역, 북단은 텐진바시스지로쿠초메역이니 어느 쪽에서 들어가도 됩니다.
그 북단에 오사카시립주택박물관(오사카 구라시노 콘자쿠칸)이 바로 붙어 있습니다. 1999년 11월에 문을 연, 주거를 주제로 삼은 일본 최초의 박물관입니다. 1830년대에서 1840년대 초 오사카 거리를 실물 크기로 재현해 두어, 골목을 직접 걸어 들어가 집 안을 들여다볼 수 있습니다. 조명으로 낮과 밤이 바뀌는 연출이 있고, 8층에는 에도부터 메이지, 다이쇼, 쇼와, 전후까지 오사카의 모형 전시가 이어집니다. 상점가에서 요기를 하고 이 건물로 올라오면 비 오는 오후가 통째로 채워집니다.
완전히 지하에 있는 미술관, 나카노시마의 실내 코스
미술관을 좋아한다면 나카노시마가 비 오는 날의 정답입니다. 도지마강과 도사보리강 사이 하중도에 자리한 이 구역에 국립국제미술관이 있습니다. 지상이 아니라 완전히 지하에 지어진 드문 형태의 미술관입니다. 2004년 나카노시마로 옮겨 신축했고, 설계는 아르헨티나 태생 건축가 시저 펠리가 맡았습니다. 대나무의 생명력에서 착안했다는 지상 구조물만 밖으로 나와 있고 전시 공간은 전부 지하라, 비가 오든 말든 안에서는 티가 나지 않습니다. 소장품은 약 8,200점, 1945년 이후의 현대미술이 중심입니다. 접근은 오사카 메트로 요츠바시선 히고바시역입니다.
같은 히고바시역 권역에 오사카 나카노시마 미술관도 있어, 우산을 접은 채 두 곳을 걸어서 이어 붙일 수 있습니다. 2022년 2월에 문을 연 곳으로, 19세기 중반부터 현재까지의 미술과 디자인 작품 6,000점 이상을 소장합니다. 여기서 지하철로 다니마치욘초메역까지 나가면 박물관을 하나 더 붙일 수 있습니다. 오사카성 바로 맞은편에 선 오사카 역사박물관입니다. 2001년 나니와궁 유적 위에 세워졌는데, 나니와궁은 645년에서 793년 사이 일본 정치의 중심 가운데 하나였습니다. 10층 지상 57미터 높이에서 나니와궁터와 오사카성을 함께 내려다볼 수 있고, 나라 시대 대극전 공간이 실물 크기로 재현돼 있습니다. 붉은 칠을 한 기둥의 지름이 70센티미터라, 안에 들어서면 규모가 실감 납니다. 오사카성 공원을 걸으려던 날 비가 오면 그대로 이 박물관으로 방향을 트는 게 손해가 적습니다.
가이유칸과 베이 에어리어, 날씨와 무관한 반나절
아이와 함께라면 미나토구 덴포잔의 가이유칸(오사카 아쿠아리움)이 비 오는 날에 특히 강합니다. 1990년 개관 당시 세계 최대 규모의 공공 수족관이었고, 총 수량은 약 11,000톤에 이릅니다. 620종, 약 30,000마리를 전시하는데, 중앙의 태평양 수조는 깊이 9미터로 고래상어를 키웁니다. 관람 동선이 8층에서 시작해 이 중앙 수조를 나선형으로 돌며 내려오는 구조라, 한번 들어가면 밖 날씨를 볼 일이 없습니다. 접근은 오사카 메트로 주오선 오사카코역입니다.
다만 이 나선형 단일 동선이 약점이 되기도 합니다. 앞사람이 멈추면 뒤가 밀립니다. 사람이 몰리는 주말과 공휴일 낮에는 병목이 심하고, 비까지 오면 실내로 피한 인파가 겹칩니다. 개장 직후 오전을 노리는 게 사실상 유일한 요령입니다. 방향은 다르지만 이케다시의 컵누들 뮤지엄 오사카 이케다도 아이 동반 우천 대안으로 자주 꼽힙니다. 1958년 안도 모모후쿠가 이케다시 자택 뒷마당 오두막에서 세계 최초의 인스턴트 라면을 만든 자리에 세워진 박물관으로, 약 800종의 제품 패키지 전시와 실내 체험 코너가 있습니다.
덴덴타운과 신사이바시스지, 젖지 않는 쇼핑 축
쇼핑으로 비를 넘기려면 미나미의 아케이드 두 축이 답입니다. 나니와구 닛폰바시의 덴덴타운은 사카이스지를 따라 동서로 약 1킬로미터에 걸쳐 150곳 이상의 상점이 이어집니다. 도쿄의 아키하바라에 대응하는 서일본 최대급 전자, 오타쿠 상권이고, 뒤쪽 닛폰바시스지 서상점가는 오타쿠 로드로 불립니다. 여기서 북쪽으로 올라가면 신사이바시스지 상점가가 나옵니다. 길이 약 600미터로 신사이바시와 남쪽 도톤보리를 잇는데, 이름은 1622년 상인 오카다 신사이가 나가호리 운하에 놓은 신사이바시 다리에서 왔습니다. 약 400년의 상업사가 이 한 축에 눌려 담겨 있고, 전 구간이 아케이드라 날씨를 거의 타지 않습니다.
전망까지 겸하고 싶다면 아베노구의 아베노 하루카스가 있는데, 비 오는 날은 솔직히 절반만 유효합니다. 높이 300미터, 지상 62층으로 2014년에 준공돼 2023년까지 일본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었습니다. 전망대 하루카스 300은 58층에서 60층에 걸쳐 있습니다. 60층은 길이 175미터의 통유리 회랑, 58층 스카이 가든은 옥외 우드데크입니다. 비가 오면 옥외 데크는 접어야 하고, 무엇보다 시야가 흐려 전망 자체가 손해입니다. 대신 이 건물 안에는 매장 면적 10만 제곱미터가 넘는 일본 최대 규모의 긴테츠 백화점이 들어 있어, 전망을 포기하고 실내 쇼핑 구역으로만 써도 하루가 남습니다.
장마와 태풍 시기에 남겨 둬야 할 일정 여유
시기 자체가 비와 겹치는 여행이라면 일정에 여유를 미리 심어 두는 게 낫습니다. 오사카의 장마는 대체로 6월 초순에 시작해 7월 중하순에 끝납니다. 연강수량 약 1,300밀리미터의 상당 부분이 이 몇 주에 몰립니다. 그러니 이 기간엔 하루 이틀을 아예 실내 위주로 비워 두는 편이 마음이 편합니다. 태풍은 8월에서 9월이 정점이고, 간사이 지역은 늦여름부터 10월 중순 사이에 연 1회에서 2회 정도 영향권에 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 시기를 통째로 피할 이유는 없습니다. 핵심은 오사카성 공원이나 전망대처럼 맑아야 값이 나오는 야외 일정을 한 날에 몰아 두지 않는 것입니다. 야외 코스는 예보를 보고 맑은 날로 옮기고, 그 자리를 상점가와 미술관 같은 실내 코스로 채워 두면 비가 지나가는 날도 버리지 않습니다. 어차피 시작과 종료 시점은 해마다 바뀌므로, 특정 날짜에 거는 것보다 바꿔 낄 수 있는 여유 한 칸을 확보하는 쪽이 실전에서 통합니다.
비 예보에 맞춰 코스를 다시 짜기
비 오는 날의 진짜 문제는 갈 곳이 없다는 게 아닙니다. 맑은 날 기준으로 짜 둔 동선이 통째로 어긋난다는 데 있습니다. 오사카성 공원과 전망대를 넣어 둔 하루에 비가 오면 그날을 실내 구역으로 바꾸고 야외 일정은 맑은 날과 맞바꿔야 하는데, 여행지에서 지도를 띄워 놓고 이걸 손으로 다시 맞추는 일이 생각보다 성가십니다.
Trip Pagoda의 My Trip은 저장해 둔 장소를 하루 동선으로 짜 두었다가, 비가 예보된 날에는 야외 코스를 실내 위주로 바꿔 다시 계산합니다. 텐진바시스지, 나카노시마 미술관, 가이유칸 같은 실내 장소를 미리 담아 두면, 예보가 바뀌는 순간 하루를 통째로 버리지 않고 그 자리에서 순서만 바꿔 끼울 수 있습니다. 계정 없이 무료로 쓸 수 있으니, 마음에 드는 실내 장소를 저장한 뒤 My Trip에서 비 오는 날 버전으로 한 번 돌려 보면 됩니다.